익선동 골목 한편, 세계 최초 대안 커피 전문점 ‘카페 산스’에서 김경훈은 오늘도 커피콩 없는 커피를 내리고 있다. TV 예능에서 화제를 모았던 그가 어떻게 커피 혁명의 선두에 서게 되었을까.
노트 1. 더 지니어스를 떠나, 진짜 게임을 시작하다

익선동 골목 어귀,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독 많이 몰리는 곳에 특별한 카페가 있다. ‘카페 산스’. 겉보기엔 평범한 카페 같지만, 이곳에는 커피머신이 없다. 대신 산스 원액을 추출하는 디스펜서가 자리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경훈입니다. 국내 최초로 대안 커피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에요.”
김경훈(35). 그의 얼굴이 낯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tvN ‘더 지니어스’와 ‘블랙 쉽 게임’에 출연했던 그 사람이다. 예리한 두뇌와 전략적 사고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지금은 커피콩 없는 커피를 만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이력은 이제 숨기고 싶어요.” 그는 쑥스럽게 웃는다. “지금은 제가 만든 대안 커피 브랜드를 키우는 데 모든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주인공은 저희 제품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의 과거가 현재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준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지금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이다.
노트 2. 3년 반의 고독한 연구, 불가능에 도전하다

대안 커피. 커피콩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재료로 커피 맛을 내는 것. 듣기만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훈에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전 세계 많은 커피 농장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벌목하고 있어요. 만약 세계의 모든 커피가 대안 커피로 대체된다면, 물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70%까지 줄일 수 있어요.”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를 움직였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커피 생산지가 줄어들고 커피콩 가격이 치솟는 현실도 한몫했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처음 대안 커피를 만들려고 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감을 전혀 잡을 수 없었어요. 처음엔 바리스타 학교를 2년 정도 다녔고, 바리스타 학교에서 양조장까지 찾아가며 3년 반 동안 오직 커피 연구만 했어요.”
3년 반. 그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수백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12가지 재료의 황금 비율을 찾아냈다. 일반 커피가 커피콩을 로스팅해서 맛을 내는 것과 달리, 대안 커피는 발효 과정을 통해 맛을 낸다. 마치 술을 빚는 과정과 비슷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유산균 공정이었다. 커피의 고소한 맛을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발효 실험을 반복했다. 실패할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구를 위해, 그리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노트 3. 3개월 만에 온 세상이 주목하다

2024년 봄, 드디어 카페 산스가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 대안 커피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과연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오픈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해외 방송국들이 취재를 오기 시작했다. 중국 CCTV뉴스를 비롯해 독일 방송국까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핫플레이스가 되어 있었다.
결정적 순간은 오픈 한 달 후였다. 싱가포르 커핑 챔피언 시이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는 대안 커피를 맛본 후 “이걸 더 발전시키고 싶다”며 원료를 사 가기까지 했다.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의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처음 만든 제품이라 많은 언론사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제가 방문했을 때도 독일 방송국이 촬영하고 있더라고요.”
가장 신기한 반응은 고객들로부터 나왔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실 수 있다”며 감격해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 임산부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노트 4. 커피가 아닌 커피, 맛의 혁명

에스프레소 산스를 보면 일반 에스프레소와 똑같다. 심지어 크레마까지 생긴다. “일반 커피처럼 머신으로 만든 에스프레소가 아니에요. 스팀으로 우려낸 거예요. 그런데 크레마가 생기죠. 신기하지 않나요?”
맛은 더욱 놀랍다. 커피 특유의 신맛과 쓴맛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일반 커피보다 부드럽다. “일반 커피는 마시고 나면 쓴맛이 남거나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게 확실히 적어요.”
심지어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들도 이건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평생 커피를 안 마셨는데, 이건 괜찮아요. 마시자마자 얼굴을 찡그릴 줄 알았는데 맛있어요.”
칼로리는 일반 커피와 비슷하고, 카페인이 없어서 연속으로 세 잔을 마셔도 문제없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나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대안이다.
노트 5. 세계를 바꾸는 작은 카페의 큰 꿈

카페 산스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매장이다. 너무 멀어서 오기 힘든 고객들을 위해 경훈은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한정 수량이지만, 집에서도 대안 커피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이 와요. 대안 커피 개발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거든요.” 실제로 환경 문제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안 커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경훈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저희가 만든 대안 커피가 전 세계로 퍼져서, 지구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커피를 못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커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고요.”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준 전략적 사고가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일에 쓰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에서 환경 혁신가로, 경훈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메뉴판에는 여전히 ‘Sans’라고 적혀있다. ‘없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커피콩도 없고, 카페인도 없고, 환경 파괴도 없다. 하지만 맛은 있고, 건강도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다.
저녁 무렵, 마지막 손님을 배웅한 경훈은 내일 사용할 원액을 준비한다. 12가지 재료의 완벽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기적 같은 음료. 커피가 아닌 커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김경훈 대표의 ‘카페 산스’
📍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17
⏰ 매일 10:00-22:00
☎️ 02-765-4321
📱 @cafe_sans
🛒 온라인 주문: 한정 수량 판매 중